시대와 사람을 읽습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1990년 사회주의 붕괴 때까지 그리 많지 않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유엔 말고는 지금처럼 다자외교의 장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장들끼리의 만남은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 패권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대개 ①후발 패권국이 선발 패권국과 대등하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 ②정상회담 아니고는 해법이 없는 위중한 현안이 있을 때, ③저쪽이 진정성있는 변화를 보일 것같다고 판단될 때 같은 조건절에서 성사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11월에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 회담은 주목할만 하다. 고한석 필자는 미국과 중국이 아
예상했던 우려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활발한 한국 투자(올들어 6조 원 이상)가 계획상이지만 발표되었다. 이게 자칫 미국의 IRA법이나 FEOC(해외우려단체)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다. 중국이 돈을 대고 한국에서 같이 만든 제품이 막상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다.물론 반도체와 달리 이차전지 산업은 핵심광물에서부터 중국 의존도가 독점적으로 높아서 미국도 함부로 못 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그러나 업계는 투자 유치와 함께 유사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중 분쟁 속에 대부분 업계의 운명이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넘겼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뚜렷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전쟁 양상과 비슷하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 역시 러시아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푸틴의 ‘돈줄’을 죄려는 석유 수출 제재가 석유 수입국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러시아 석유가 암거래되는 ‘회색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것은 단적인 사례다. 송현석 필자는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전략 속에서 석
‘Made in India’. 애플의 아이폰14에 이런 생산지 표시가 붙기 시작했다. 애플이 2022년 말부터 중국 공장의 최신 아이폰 생산 물량 일부를 인도로 돌렸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프라, 거대 소비시장을 갖춘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애플의 ‘탈출’이 시작된 것이다.애플의 인도행은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제기된 ‘중국 리스크’가 기업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다. 박현 필자는 이를 두고 “후세 역사가들은 2022년을 글로벌 공급망의 대격변이 시작된 해로 기록할지 모른다”고 평
‘실용적 카멜레온.’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이념 가치와 주요 정책에 대한 태도를 카멜레온마냥 바꾸며 입지를 구축해 온 트러스의 삶과 정치 궤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이자, ‘제2의 대처’로 불리는 트러스가 경선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영국 총리가 된 배경은 뭘까. 트러스는 산적한 영국의 난제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영국 런던에서 살며 국제 문제를 두루 관찰해 온 윤영호 필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56대 총리 트러스를
차기 영국 총리로 리쉬 수낙과 페니 모던트 중 한 사람이 유력하다. 한국 사람들 눈에는 '영국 보수당'에서 벌어진 '인도계 비주류'와 '주류 백인 여성'의 대결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영국은 제국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사회 최상층에서는 인종적 관념이 거의 없다.리쉬 수낙은 영국 정치인의 엘리트 코스인 옥스포드 PPE(정치-철학-경제학 연계전공) 졸업자로, 스탠퍼드 MBA를 취득했다. 처가는 인도의 재벌이다. 흔히 재무장관으로 번역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챈슬러'는 장관 중 한명이 아니라 영국 내각의 부동의 서열 2
전쟁은 당사자들에게 불행이지만, 그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개인이나 국가가 있게 마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은 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시켜 경제 제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WIFT 대신 이용 가능한 중국의 위안화 국제 결제, 청산 시스템이 주목을 받으며 중국이 반사 이익을 살살 누리고 있다. 남의 나라 전쟁의 와중에 조심스레 영역을 확장해 가는 중국 금융을 고한석 필자가 외신을 통해 정리한다. [편집자 주]✔ 높아지는 위안화 비중, 낮아지는 달러와 유로, 파운드✔ 미국과 달리 유럽내 중국 화폐 선호도는
독일의 연립정권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가 공동 명의 칼럼을 통해 ‘아무개는 안된다’고 독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테면, 내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아무개는 경제 부총리 시키면 안된다고 기고를 하는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이번 ‘사건’은 대서양 동맹 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보다 하나로 엮여 돌아가는 세계경제 현실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독일 탐구가인 위민복 필자의 해설과 해당 기사의 전문 번역을 올린다. [편집자 주] #재무부 지원
독일 정치는 연정이 특징이다.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기간은 그가 이끄는 기민당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임기내내 메르켈 정부는 사민당의 참여하에 운영된 좌우합작 연합정권이었다. 9월 26일 총선을 보름여 앞둔 독일 정가는 좌파 정당 강세가 뚜렸하다. 비록 녹색당 최초의 총리 후보인 1980년생 베어복이 자충수로 지지율을 일부 깎아먹었지만 좌파인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율 합계 41%는 다당제인 독일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독일은 과연 좌우합작에서 좌-좌 합작으로 바뀔 것인가? 코로나와 난민, 경제회생 등 비슷한 과제로 고민